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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사랑<舍廊>]설도, 그리고 ‘봄날의 그리움’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우리보다 천년도 훨씬 더 먼저 살았던 중국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봄날의 그리움> 중 일부분을 안서 김억이 우리말로 번역해 ‘동심초(同心草)’란 이름으로 즐겨 듣던 노래다.

당장이라도 조수미의 맑은 음색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김억(金億)이라면, 그가 소월(素月)의 스승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우리에게는 <동심초>로 너무나 잘 알려진 시 <춘망사(春望詞)>.

당나라 기생 설도는 10살 아래인 원진을 흠모하면서 이 시를 읊었단다. 설도는 원래 장안(長安)의 양갓집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지방관으로 부임하게 되자 함께 촉(蜀)나라였던 지금의 쓰촨성(四川省)으로 이사하였다. 후에 패가하여 기녀가 되었으나, 시를 잘 지어 유명해졌다. 그 당시 왕 덕종(德宗)도 설도를 자주 주석에 불러 시를 짓게 하여 여교서(女校書)라 칭했다. 후세에 기녀를 교서(校書)라 칭하게 된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

花開不同賞
和落不同悲
꽃 피어도 함께 바라볼 수 없고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수 없네


만년에 두보(杜甫)의 초당으로 유명한 성도에 은거하였는데, 이 근처는 종이의 명산지이어서 설도는 특히 작은 심홍색 종이를 만들게 하여 그것으로 촉의 명사들에게 시를 선사할 때 함께 보냈다. 이것이 풍류인들 사이에 평판이 높아, 이런 식의 종이를 지금도 ‘설도전(薛濤箋)’ 이라 부른다.

설도는 평생 450수의 시를 썼는데 그 중 100여수는 그가 몹시도 그리워한 10살 연하의 남자 원진을 위해 쓴 것이라니, 그녀의 절절한 사랑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끝내 이루지는 못한 그녀의 남자 원진은 누구일까.

중국 당나라의 문인 원진은 허난성(河南省) 사람이다. 어려서 집안이 가난하여 겨우 글공부를 하였으며, 일찍이 관직에 나가 15세의 나이로 명경에 급제, 감찰어사가 되었다. 그러나 바른말을 잘하여 환관과 관료의 노여움을 사서 귀양을 가기도 했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시를 악풍(樂諷), 고체(古體) 등 6가지로 나누고, 백거이가 신제악부에 치중한 반면 원진은 고제악부에 치중하였다. 지금까지 719수의 시가 전해지며 내용별로 보면 풍유시가 가장 많다. 그 중에서 60년이나 계속된 전쟁으로 고통을 받는 농가의 한을 그린 <전가사(田家詞)>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장편 서사시 <연창궁사(連昌宮詞)>는 궁인들의 대화형식을 빌려 당나라 현종(玄宗)의 사치하고 황음무도함을 폭로하면서 조정의 병력을 동원을 꾸짖으며 이를 제지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그의 소설집 <앵앵전(鶯鶯傳)>도 유명하다.

不結同心人
空結冬心草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설도가 그토록 좋아해 100여수의 시를 짓고도 이루지 못한 원진과의 사랑. 그리운 마음을 함께 했건만 맺지 못하고 풀잎을 매듭지어 보내는 원망조차 묻어난다.

요즘 우리나라 관광명소에서도 철망에 자물쇠를 매다는 연인들을 자주 본다. 이 또한 풀을 묶어 약속하던 중국 옛 사랑놀음, ‘동심쇄(同心鎖)’라 했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정영수 고문


정영수 고문 longar@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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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7 16:30:3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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