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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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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은 무척 중요한 사안

맹주한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한국보험신문]최근 재해특약 보험에 가입한 뒤 2년 경과한 후 자살한 계약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자살은 우발성을 개념요소로 하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보험사가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부책조항(負責條項)을 둔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아직 하급심 법원이나 대법원에 계속 중인 자살보험금 관련 사건들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시효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있고,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은 내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우선 ‘보험회사가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애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첫째 유형인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위 사건들에서 보험금 청구권자들은 “보험금 청구권자가 정당하게 보험금 청구를 했는데 보험사가 지급사유가 있는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지급하지 않았고, 보험금 청구권자는 보험사를 전적으로 신뢰했으므로 보험사의 시효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하급심 판결은 그러한 취지로 보험사의 시효완성 항변을 배척했다.

그런데 본래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점, 보험사들이 상품설계 시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전제하고 보험료를 산정했다는 점, 재해사망특약에서 해당 조항을 둔 경우에 관해유형별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등에서 다른 판단이 있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보험사가 알고서도 고의로 지급을 누락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보험사가 잘못된 면책 통지를 한 사정만으로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권리행사에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봐왔고, 이 사건들에서 보험금 청구권자들이 보험사만 믿고 소송제기 등 시효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우므로 보험사의 시효완성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으로 시효가 문제된 사건의 원심 판결 다수는 권리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개별사안에서 보인 보험사의 행위 등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겠으나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여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보험사들이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약관을 잘못 만든 과실은 있으나 자살 사고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선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와 마찬가지로 보험사들도 잘 알지 못했다고 생각되므로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대법원에서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여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할 경우에도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보험금 청구권자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 법률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경우 보험사들은 지급의무가 없는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돼 그 임원들에게 형사상 배임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보험금과 마찬가지로 보면 되므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휴면보험금은 보험료가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보험사가 그 지급의무를 명백히 인식한 것이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보험사에 ‘예상치 못한 이익’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반면 자살보험금은 당초 보험사가 지급의무를 인식하지 못해 보험료도 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재원에서 지급해야 할 보험금으로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해서 ‘예상치 못한 이익’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상치 못한 추가 손실을 면하게 되는 것’뿐이다. 또한 비용(손금) 처리에 있어서도 제한이 있을 수 있는 등 휴면보험금과는 성질상 다르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원들의 배임죄가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여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음에도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보험금 청구권자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해당 보험사의 임원에 대해서는 형사상 배임죄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는 보험소비자의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임은 틀림이 없으나 보험소비자의 보호도 법치주의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 사건은 시효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서 처리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효완성된 자살보험금은 보험료를 징수하지 않았고 지급의무를 인식하지 않았던 점 등 휴면보험금과 성질이 다르므로, 이를 임의로 지급하는 것은 배임의 책임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맹주한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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