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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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강사의 ‘60+Life story’]남편이 출근해야 숨을 쉬는 아내

[한국보험신문]“화병은 한국인의 심암(心癌)으로, 마음속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정의한 화병이다. 화병은 마음속의 분노, 울분을 억지로 억제해서 생기는 것으로 통증, 피로, 불면증 등 다양한 병증을 통칭하는 질병이다.

필자가 잘 알고 지내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심심치 않게 부부 싸움을 목격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당신이 나가면 그때부터 내가 숨을 쉬어요.”

잔소리하는 남편을 향해 노부부의 아내가 내뱉은 말이다. 남편은 경비 일을 한다. 격일 근무를 하는데 근무가 없는 날이면 사사건건 남편의 간섭이 심해진다. 남편은 불 같이 급한 성격의 소유자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깔끔한 사람이다. 가족은 물론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 마치 의리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끼어들길 좋아한다. 술은 식사 중에도 반주 한잔은 꼭 하는 편이라 거의 거르는 날이 없다.

필자가 보기엔 부부간 잦은 다툼의 원인은 역시 술이다. 술 값은 항상 당신이 내야 한다. 자존심 강하고, ‘척’하기 좋아하는 성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내는 실속도 없으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술 한 잔 걸친 상태에서 부부간 대화를 볼 때면 조마조마할 때가 많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것만 같아 눈치껏 자리를 빠져 나온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가부장적인 남편은 아니다. 집안 청소는 물론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엔 당신의 손길이 닿는다. 하다 못해 화초를 가꾸고 옥상에 텃밭 농사를 짓는 것까지 못하는 게 없다. 문제는 지나침이다. 당신이 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는 인식이 강해서 소소한 것 하나도 아내가 하는 일이 미덥지 않다. 칭찬은 커녕 일일이 끼어들고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다 못해 손님 대접을 위한 음식상을 차릴 때도 간섭한다. 어떤 반찬이 있어야 하고, 어떤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은 어디가 가장 맛있고 등등. 음식 예찬, 아파트 이야기, 그리고 각종 도로(길)와 관련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젊은 시절 중동 건설현장 노동자 생활을 해서 그런지 건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레코드판처럼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 아내는 그 다음 말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외운 상태다. 아내도 인내의 한계를 넘다 보면 조심스럽게 그만하라는 자제를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은 항상 똑 같다. “셔터 마우스!” 아내의 요청을 잔소리로 느낀 탓인지 남편이 이야기하는데 어딜 끼어드느냐는 식의 표현이 셔터 마우스다. 그래도 아내가 말을 끊지 않으면 예상했던 다음 수순이 이어진다. 말 폭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여자가~”라는 말로 흘러간다. 이쯤 되면 감정의 불씨는 불길이 되고 만다. 아내는 참고 살아야 했던 울분을 숨 쉰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남편이 출근하는 근무 일은 잔소리 들을 일이 없으니 자유를 느낄 만 하다. 남편의 간섭이 심한 지옥 같은 하루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천국의 하루가 격일로 찾아오는 셈이다. 남편은 팔순이 내일 모래다. 그렇지만 성격엔 변화가 없다. 남편의 잔소리를 받아내는 아내의 속이 어떨지 예측하고도 남는다. 필자가 보기엔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 성경 잠언서 6:27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사람이 불을 품에 품고야 어찌 그 옷이 타지 아니하겠으며~”

화병은 火(불화) 病(병병)이라고 표기한다. 불은 번지면서 태우는 특성이 있다. 마치 암세포가 전이되면서 그 세를 확장하는 것처럼 마음의 불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쌓인 불은 결국엔 자신을 태우는 화병이 되고 만다. 그래서 김열규 교수는 화병을 마음의 암(心癌)이라고 정의 했는지 모른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른 세대는 지금 세대와 달라서 이혼하고 싶어도 참고 사는 부부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난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 특히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에 대해 맺힌 게 많다. 돈 버는 남편을 무시할 수 없어 참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가? 아마도 앞서 언급한 사례의 아내 몸에서는 사리 몇 개쯤은 나올 법도 하다.

아내는 가사를, 남편은 가정을 책임지는 사고가 강했던 시절, 남편은 돈 버는 일이 특별한 계급장처럼 인식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다 보니 돈 벌지 못하는 남편은 지난 시절 같은 남편 대우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힘이 약화된 사자는 제왕 노릇을 못한다. 마찬 가지로 돈은 벌지 못하면서 가부장적 자세를 유지하는 남편을 사랑의 눈으로 보아줄 아내는 많지 않다.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 못 산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남편이 아니라도 대화할 상대가 주변에 많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 퇴직한 남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마치 길을 잃고 허둥대는 아이처럼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퇴직하고 나면 자신을 믿어주고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줄 사람은 아내뿐이다. 자식도 한 다리 건너다. 자기들 먹고 살 궁리 하느라 부모에겐 형식적 관심만 가질 뿐, 배우자 만큼 살갑지 못하다.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한 남편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 있다. 돈 버는 일도 그렇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천년만년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아내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은퇴하기 전 아내와 은퇴 후 아내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를 열 받게 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아내의 응축된 화(火)가 터지면 가정이 깨진다. 퇴직 후 30~40년의 세월은 짧지 않다. 인생 후반부를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려면 무엇보다 아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자신보다는 배우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노부부의 남편처럼 자신이 항상 우선되는 관계는 위험하다. 자칫하면 국민연금 분할신청을 요구하는 아내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광고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자칫하면 이런 노후를 맞을 수도 있다.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다~”
 
 
이종범 전문강사
현대C&R 하이인재원

이종범 k-j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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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3 22:45: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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